프란치스코 교황과 아유소 기소 추기경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유소 기소 추기경 (자료사진) 

종교 간 대화의 거목, 아유소 기소 추기경 선종

스페인 출신의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이 11월 25일 오랜 병환 끝에 선종했다. 향년 72세. 당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간대화부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자이나교 국제대표단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가 “매우 위독하여 생의 마지막에 다다랐다”며 추기경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Salvatore Cernuzio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추기경은 오랫동안 종교 간 대화를 굳건히 옹호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거의 모든 사도 순방에 동행했다. 이슬람교와 아랍 세계에 대한 그의 깊은 조예는 타종교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교황의 구상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였다. 흔히 “형제애 증진을 위한 순례”로 불린 이러한 여정들은 가톨릭 교회가 소수 종교인 지역에서 일치를 촉진하고자 했던 그의 헌신을 잘 보여준다.

2019년 초, 당시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사무총장이었던 그는 교황의 아랍에미리트(2월)와 모로코(3월) 방문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함께했다. 이어 5월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해 10월 5일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2021년에는 교황의 이라크 사도 순방에 동행하며 전쟁 후 재건의 길을 걷는 이라크의 변화를 목격했다. 2022년 교황의 카자흐스탄·바레인 사도 순방에서도 교황을 수행했으며, 건강이 악화될 때까지 자신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했다.

깊은 신앙, 종교 간 대화의 여정

그는 1952년 6월 17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9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의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세비야의 특성은 그의 종교 간 이해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처음에는 법학을 공부했으나,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1973년 콤보니 선교회에 입회했다. 1980년 사제품을 받은 후 로마로 유학해 이슬람학을 전공했다.

그의 선교 여정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라틴 공동체를 사목하고 수단 가톨릭 젊은이들을 돕는 일을 수행했다. 이어 내전으로 피폐해진 수단에서 선교 활동을 펼쳤고, 이슬람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교황청립 아랍-이슬람학대학(PISAI) 학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학문적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인정받아 2007년 종교간대화평의회 자문위원이 됐으며, 2019년에는 의장직에 올랐다. 이로써 전 세계 무슬림, 힌두교도, 불자를 비롯한 여러 종교 공동체와의 대화를 이끄는 교회의 핵심인물로 자리매김했다.

형제애의 유산

아유소 기소 추기경은 교황 회칙 「Fratelli tutti」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형제애의 이상을 온 삶으로 구현했다. 종교 간 대화를 위한 그의 한결같은 헌신은 서로 다른 종교인들의 평화로운 공존이 단순한 이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현실임을 보여줬다. 그의 선종으로 교회는 일치의 정신을 전 세계에 전파한 참된 목자를 잃게 됐다. 

알아즈하르 대이맘의 조의 표명

아유소 기소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에서 조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알아즈하르의 대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는 가장 먼저 “가톨릭 교회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께 종교간대화부 장관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대이맘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고인의 가족과 친지, 지인들에게 위로와 평안을 베풀어 주시길” 기도했다. 또한 아유소 기소 추기경을 “인류 봉사의 참된 귀감”이라 칭하며 “특히 이슬람 최고 권위기관인 알아즈하르와 무슬림원로위원회(MCE)와의 관계 증진에 이바지한 그의 귀중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교황청 부서에 재임하는 동안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공동 선언」의 정신을 장려하고 ‘인간의 형제애 고등위원회’에 크게 이바지한” 아유소 기소 추기경의 중추적 역할도 기렸다.

이탈리아 불교협회의 조의

이탈리아 불교협회 회장 필리포 시안나도 아유소 기소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며, 그의 유산이 종교 간 대화에 더 큰 활력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시안나 회장은 “종교간대화부 장관 아유소 기소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현다”며 “이탈리아 불교협회를 대표해 고인을 회상하면, 다른 종교인들과의 진정하고 결실 있는 대화를 위해 헌신했던 열정 가득한 신앙인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특히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세계 불교계와 나눴던 고인의 말씀과 가르침을 우리는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시안나 회장은 “이 슬픈 때에 종교간대화부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기도한다”며 “고인의 고귀한 뜻을 이어받아 우리의 대화가 더욱 활발히 지속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번역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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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1월 2024, 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