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말하는 교회사 쇄신의 길 “인간 역사에 영혼을 불어넣어야”
Isabella Piro
사제 양성을 넘어 인간적, 그리스도교적 양성을 장려하며 “진리와 사랑의 문명”을 세우기 위해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는 것, 이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한 「교회사 연구의 쇄신」의 핵심이다. 지난 8월 4일 발표된 교황 서한 「양성에서 문학의 역할」과 맥을 같이하는 이번 서한과 관련해 11월 21일 교황청 공보실에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교황 서한에 대한 소개 발표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교황청 성직자부 차관 안드레스 가브리엘 페라다 모레이라 대주교, 단테 알리기에리 협회 회장이자 바리 대학교,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 로마 제3대학교 현대사 정교수를 역임한 안드레아 리카르디 교수가 맡았다. 또한 교황청립 로마 아우구스티노 대학교(아우구스티니아눔)에서 기초 교부학을 가르치는 에마누엘라 프린치발리 교수도 화상으로 참여했다.
인간 존재의 역사적 차원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이날 발표된 교황 서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서한은 우리가 살아가고 활동해야 할 현실과 관련해 온전한 개인적, 역사적 인식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역사 속에서 우리의 삶과 존재가 지나치게 ‘이상화된’ 시각으로 해석되는 것을 바로잡고 피하도록 초대합니다.” 유 추기경은 “인간 존재의 역사적 차원”과 “진정한 역사적 감수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교황이 우리에게 “역사와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우리가 ‘과거 없는 영원한 현재’라는 착각 속에 갇히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한 현재주의는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의 삶과 역사 안에 심어주신 참된 영원성을 왜곡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삶의 경험에 영혼 불어넣기
유 추기경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 기술적 수단을 통해 “물리적으로 끊임없이 서로 연결되고 상호 의존하는” 현시대에, 각자의 삶의 체험에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경험에 기억과 자각을 더하고 역사의 숨결을 불어넣어 우리의 모든 연결과 의존을 이야기 속에 담아내야 한다”며 “깊은 연륜을 품고 있는 그러한 이야기들이 우리를 오늘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이 소중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미래를 일구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겉핥기식 독서와 가짜뉴스를 경계하는 연구
안드레스 가브리엘 페라다 모레이라 대주교는 교황이 두 서한을 통해 제시한 지평이 “목자의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각 개인과 공동체의 삶과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양성, 곧 “인간다움의 온전한 성장과 함께 ‘진리와 사랑의 문명’을 일궈가려는 공동의 노력”을 가르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페라다 모레이라 대주교는 신학교에서 “젊은이 양성의 취약점과 한계”에 대한 교황의 우려를 강조했다. 이는 과거의 기억과 진리 탐구 그리고 문학 예술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문화적 소속감이 경시되는 경향을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로 인한 위험을 세 가지로 지적했다. 곧, 겉핥기식 독서와 연구태도, 화면이 주는 순간적 만족감에 빠져드는 중독성, 진부한 내용과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현실 등이다.
역사와 복음화의 깊은 연결
페라다 모레이라 대주교는 역사적 감수성과 복음화의 깊은 연관성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사제와 사목자의 소명이 신자들과 함께 “삶의 ‘지금, 여기’”에서 예수님을 찾고 만나며, 그분께 자신을 봉헌하는 여정을 동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역사와 문학이 우리로 하여금 “내면으로부터 깊이 참여하게 하고”, “오늘의 주역임을 깨닫게 하며”, 나아가 역사 속에서 지워지려 했던 이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역사가 신학을 구원하리라
안드레아 리카르디 교수는 한 역사가의 말을 인용하며 “역사가 신학을 구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도교는 거룩한 경전에서 출발한 역사적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오늘날 “감성에 치우친 신앙”과 전통 교회들의 역사 의식 사이에 깊은 골이 생겼다고 지적하며, 사회 전반에 걸친 역사 의식의 상실이 “종교의 문화적 뿌리 흔들기”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겉껍질뿐인 소비주의와 개인주의만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황이 회칙 「Fratelli tutti」에서 일찍이 경고한 바와 같이, 이는 현대인들이 뿌리를 잃고 방황하며 영적 공허에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리카르디 교수는 “역사야말로 우리의 뿌리”라며, 역사를 외면하는 것은 자신의 시야를 가두고 교회가 살아가는 이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 의식이 여는 미래와 희망의 날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를 역사성(historia) 개념, 곧 교회도 시대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살아있는 공동체라는 인식으로 이끌었듯이, 오늘날 교황은 “현재를 살아가고 교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역사적 마음가짐”을 지니라고 당부한다. 리카르디 교수는 “역사는 학문과 시의 조화”라며 “역사서는 단순 기록물을 넘어 우리의 생각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현실로 돌아오게 합니다. 역사는 위대한 이들만의 것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이들의 기도와 사랑 실천, 대중신심 속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리카르디 교수는 “교회의 역사는 서로 다른 민족들의 공동체적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세상의 역사를 모른 채 교회의 역사를 쓸 수 없다”고 말했다. 2025년 희년을 앞두고 리카르디 교수는 역사 의식의 회복이 미래를 향해 날개를 펼치는 것처럼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멀리서부터 왔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적 모습을 한 양성
끝으로 에마누엘라 프린치발리 교수는 신앙과 역사의 관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린치발리 교수는 오늘날 신자와 비신자 모두가 찾고 있는 “인간적 모습”과는 거리가 먼, 지나치게 교의적인 교육을 피하기 위해 사제들에게 이러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생하신 그리스도, 인간 예수님이 교의주의에 대한 가장 좋은 해답이 된다고 말했다. “주님께서 패배한 이들의 편에 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교회사를 ‘승리주의적 관점’으로 읽는 것을 피하고 더 나아가 교회 일치적 전망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사고방식의 변화
앞으로 신학교에서의 사제 양성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페라다 모레이라 대주교는 이번 교황 서한이 단순히 교재 변경(교황청 문화교육부 소관)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사고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카르디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사고방식의 쇄신”을 위한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통주의 문제를 다루면서 이를 “역사 거부의 한 형태”, “굳어진 사고방식”, 곧 특정 시대의 교회 모습을 절대적이고 변할 수 없는 모델로 고착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발표자들은 시노드 정신으로 함께 걸어가는 양성의 여정 안에서 교황청 부서들 간의 향후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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