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수요 일반알현 중 바오로 6세 홀에 설치된 구유 앞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12월 11일 수요 일반알현 중 바오로 6세 홀에 설치된 구유 앞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예수 성탄 구유,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에게 희망의 별이 되다

바오로 6세 홀에 요르단강 서안지구 장인들의 정성이 담긴 성탄 구유가 자리 잡았다. 이번 구유 프로젝트를 담당한 타이시르 하스부 총감독은 구유를 선보이며 예루살렘 성지가 도움과 연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25년 희년을 맞이해 로마를 방문할 많은 순례객이 예루살렘 성지로 돌아오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Francesca Sabatinelli

“저희는 이 구유 작품을 ‘별을 따라서’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구유 위에 원형으로 자리를 잡은 이 별은 베들레헴 예수 탄생 성지 대성당의 탄생 경당에 있는 ‘베들레헴의 은별’을 본떴지만, 더 크게 만들어 자개로 장식했어요. 이는 예수님 탄생의 거룩한 순간을 상징하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7일 바오로 6세 홀(일명 네르비 홀)에 공개된 “2024년 베들레헴 구유” 프로젝트 담당 타이시르 하스분 총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이 구유를 함께 만든 예술가, 협력자들과 마찬가지로 베들레헴 출신이다. 베들레헴의 저명한 예술가 조니 안도니아와 파텐 나스타스 미트와시가 디자인을 맡아 3미터 높이로 이 구유 작품을 만들었다. 하스분 총감독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 베들레헴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얻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오로 6세 홀을 찾는 모든 분들과 이 목소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 우리도 여러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우리도 이 세상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저희에게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올리브나무가 전하는 메시지

이번 성탄 구유는 팔레스타인 대통령 직속 교회위원회, 주교황청 팔레스타인 대사관, 베들레헴 피치릴로 수공예센터의 협력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다르 알칼리마 대학이 주축이 되어 정성스레 완성했다. 성가정의 이야기를 올리브나무로 깎아 만든 조각상들로 표현했고, 여기에 다양한 재료들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주요 구조물은 철로, 별은 자개로, 그 외에 돌과 도자기, 유리와 펠트, 천으로 세세한 부분을 장식했다. 특히 구유 곁의 양들은 베들레헴의 ‘마안 릴하야트’ 센터에서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정성스레 양모로 빚어 만들었다. 하스분 총감독은 “실제 올리브나무 한 그루도 함께 전시된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올리브나무는 팔레스타인 전역에 걸쳐 자라나며 우리의 삶과 농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나무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평화를 상징하고 있죠.” 

베들레헴의 아픔과 희망

평화가 산산이 부서진 팔레스타인은 1년 넘게 이어진 비극적인 전쟁으로 더욱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하스분 총감독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베들레헴을 비롯한 예루살렘 성지 그리고 팔레스타인 전역은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200만 명이 넘는 순례객과 관광객이 베들레헴 예수 탄생 성지 대성당을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1년 넘게 모든 것이 완전 봉쇄된 시기를 보냈고, 이제는 1년 넘게 중동 전역을 뒤흔드는 전쟁의 그림자가 특히 우리 팔레스타인을 짙게 덮고 있습니다. 베들레헴과 그 주변 지역 가정의 약 70퍼센트가 관광업에 기대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올리브나무, 자개, 도자기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이죠.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과 전쟁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습니다. 어떤 가정은 하루 끼니조차 잇기 어려울 만큼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저희가 바티칸에서 구유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입니다. 여러분의 연대와 도움이 절실합니다.” 하스분 총감독의 간절한 희망은 2025년 희년에 있다. “희년에는 고난의 그림자가 걷히고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순례객들을 베들레헴에서 맞이할 수 있길 바랍니다. 베들레헴은 구세주께서 첫 숨결을 내쉬신 거룩한 땅이기 때문입니다.”

번역 이재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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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2월 2024, 23:04